Difference: ADayWhenMyFingertipsWeptTheTruthBehindTheVintageGuitarDreamDeal ( vs. 1)

Revision 12025-06-13 - AltaB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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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토요일 오전, 낡은 페달 위에서

연구실 청소 당번이 걸린 날이었다. 오래 묵은 데이터 케이블을 정리하다가, 10년 전 밴드 동아리 시절 생각이 불쑥 떠올랐다. 문득 꿈같던 소리가 다시 그리워졌다. 퇴근길, 버스 정류장에서 중고 장터 앱을 켰다. 맨 위에 남색 썸네일이 번쩍였다.

  • 1978년산 빈티지 스트라토캐스터
  • 시세 320만 원 → 140만 원
  • 서울 직거래, 당일 가능
사진 속 기타는 프렛 마모조차 예술처럼 보였다. 주저 없이 채팅 버튼을 눌렀다.

1막: 너무 매끄러운 황금줄

판매자는 기타를 “아버지 유품”이라 소개했다. 시험 삼아 픽업 모델명을 묻자, 두세 줄짜리 설명이 순식간에 도착했다. 경외감이 들었다. 직거래 장소로는 홍대 앞 악기 골목을 제안했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무대였다. 마지막 문장을 읽던 순간, 왠지 모르고 심장이 빨리 뛰었다. 이 흐름이 어딘가 데자뷔처럼 익숙했다.

2막: 귓가를 스친 작은 삐그덕

악기 골목이면 테스트 앰프가 널려 있을 텐데, 판매자는 굳이 오후 10시 이후를 고집했다. 이유는 바빠서. 그리고 거래 안정화를 위해 예약금 20만 원을 먼저 부탁했다. 계좌는 본인 명의, 알아두면 좋다며 이름 석 자까지 친절히 적었다. 문장마다 따뜻한 이모지가 붙어 있었지만 그게 오히려 거슬렸다. 이때 떠오른 단어가 있었다. 먹튀위크.

3막: 검색창 하나가 울린 경적

지하철에서 내려 편의점 앞 벤치에 앉았다. 먹튀위크 사이트를 열고 판매자 닉네임과 계좌 끝 네 자리를 넣었다. 흰 화면에 한 줄이 솟았다.

‘홍대 빈티지 기타 급매 주의, 예약금만 받고 잠적’

글쓴이가 올린 계좌번호는 내가 받은 그것과 한 치 오차도 없었다. 첨부 사진 속 기타 컬러까지 동일. 화면을 올려다보는 순간 귀 안쪽에서 띵 하고 벨이 울렸다.

4막: 바람 빠진 현, 그리고 역주행

다시 채팅창을 열었다. 손은 놀랍도록 차분했다. 예약금 이야기부터 끊고 내일 낮에 보자고 제안했다. 답장은 없었다. 5분, 10분, 채팅방 위쪽 닉네임이 ‘알 수 없음’으로 바뀌었다. 계정이 증발한 것이다.

그날 밤, 빈 버스 창에 비친 내 얼굴은 이상하리만큼 홀가분했다. 이어폰으로 예전 연습실 녹음을 들었다. 잡음 많고 박자도 왔다 갔다였지만, 적어도 그 소리는 진짜였으니까.

에필로그: 그다음 행동

  • 먹튀검증 커뮤니티에 캡처 화면을 덧붙여 추가 제보했다. 같은 계좌 번호로 예약금을 보낸 이가 댓글을 달았다. 두세 줄 대화가 위로였다.
  • 일주일 뒤, 동아리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예전 밴드 합주실에 남아 있던 서민형 스트랫을 빌려 쓰란다. 값은 무료, 관리만 잘해 달라는 부탁뿐.
여운: 느린 소리가 안전하다

휴대폰 화면 두어 번 눌러 사라지는 가격 표시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음을 파는 것이었다. 모처럼 만난 선배의 기타는 손끝에 낯선 노이즈를 일으켰지만, 그 삐걱거림 덕분에 나는 오래 잊고 있던 리듬을 다시 연습하기 시작했다.

다음번에 반값이라는 배너가 떠도, 나는 먼저 먹튀위크를 켠 뒤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실 것이다. 진짜 음악은 한 박자 쉬어도 달아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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